상세정보
아름다운-끔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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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끔찍한

저자
정주희 류병학 저
출판사
케이에이알
출판일
2024-12-06
등록일
2025-01-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67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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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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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주희의 ‘경탄할 만한-끔찍한(awesome-awful)’
류병학 미술평론가


2019년 봄 홍티아트센터 조혜림 학예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조 학예사는 나에게 홍티아트센터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는 정주희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작가론을 요청했다. 나는 정주희 작가를 모르기 때문에 작가론 요청을 거절했다. 조 학예사는 나에게 일단 정주희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보내줄 테니 검토한 후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조 학예사로부터 받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 학예사에게 정주희 작가 작업실 방문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다대포항 부근에 위치한 홍티아트센터를 방문했다. 나는 홍티아트센터에서 조 학예사와 정주희 작가를 만났다. 정 작가는 나를 홍티아트센터 내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당시 홍티아트센터에서 그녀의 개인전 『뷰티플-어풀(Beautiful - awful)』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개인전은 1층 전시실과 공동작업장 두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첫 번째 전시공간인 공동작업장으로 향했다.

정주희는 공동작업장에 단 한 점의 영상작품만 상영되도록 했다. 그 영상작품은 결혼식장에서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정주희는 이 작품을 <읽기 연습 V>로 작명했다. 그런데 정주희의 <읽기 연습 V>에 등장한 주례사가 어디서 봄직한 인물이다. 그렇다! 신부가 다름 아닌 정주희 작가였다. 어떻게 신부가 주례사의 자리에서 주례를 하고 있는 것일까? 혹 작가가 작품을 위해 결혼식장에서 신부 드레스를 입고 주례를 한 것은 아닐까?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홍티아트센터의 두 번째 전시공간인 1층 전시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티아트센터를 방문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층 전시실은 거대하다. 전시공간이 열라 넓고 천고도 졸라 높다. 따라서 작가가 개인전 하기에 쉽지 않은 전시공간이다. 오!!! 필자는 홍티아트센터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왜냐하면 거대한 전시공간에 가로 8미터에 세로 2미터의 거대한 그림 한 점만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배짱 좋다! 그런데 정주희의 배짱은 거대한 캔버스 천에 표현된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왜냐하면 기다란 천에 표현된 것은 붓으로 그려진 것이라기보다 마치 검정 먹을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궁금한 나머지 작품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았다. 캔버스 천은 아교로 바탕칠 된 것이 아니라 날 것의 아사 천이 아닌가. 그리고 아사 천에 표현된 검정 흔적들은 먹물이 아니라 유화물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짓>이라고 명명했다. 짓? 무슨 짓? 도대체 정주희의 <짓>은 어떻게 제작된 것일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거대한 전시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전시장 일부를 거대한 백색의 파티션(partition)으로 막아놓은 것을 만났다. 도대체 이 파티션은 무엇일까? 굳이 파티션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전시장 한 켠을 파티션으로 막은 이유는 무엇일까? 니는 궁금한 나머지 파티션 뒤로 들어가 보았다. 오잉? 거대한 백색 벽면에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주희의 <읽기 연습 VI>이다. 영상작품 <읽기 연습 VI>은 투-채널(two-channel)로 이루어져 있었다. 왼쪽 영상은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던지는 행위를 보여주는 반면, 오른쪽 영상은 두 발을 고정시키고 있는 바닥에 흰 티슈(tissue)들이 매번 쌓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주희의 <읽기 연습 VI>은 작가가 티슈를 끊임없이 던지는 행위를 촬영한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화면 정면을 바라보고 티슈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그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얇고 부드러운 티슈를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작가가 던진 티슈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신의 발밑에 떨어져 쌓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흰 티슈를 멀리 던지고자 하지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티슈는 멀리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정주희의 <읽기 연습 VI>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그녀의 영상은 ‘나는 아무 힘도 없고 달걀로 바위 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주희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득권과의 싸움이 비록 ‘달걀로 바위 치기’라 할지라도 난 바위를 향해 쉼 없이 달걀을 던질 것이다.” 정주희의 기득권에 대한 저항은 크리넥스 티슈 1통에 들어있는 200여 장의 티슈를 모두 던지는 것으로 끝난다.

정주희는 홍티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독일 베를린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그녀는 대구문화재단의 '다베 네트워크(DaBe Network) 사업'에 선정되어 1년간 독일의 협력기관 디스쿠어스 베를린(DISKURS Berlin)에서 제공하는 작업실을 사용했다. 2021년 그녀는 대구예술발전소 커뮤니티룸에서 일종의 ‘다베 네트워크사업 보고전’인 개인전 『거북이는 등을 볼 수 없다』를 개최했다. 아쉽게도 당시 나는 그 전시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해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정주희의 개인전 『반짝이는 파도, 일렁이는 별』을 방문했다. 당시 그녀는 개인전에 ‘관점(perspective)’ 시리즈와 ‘짓(Movement)’ 시리즈를 전시했다. 그리고 나는 작년 여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열리고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왜냐하면 정주희 작가가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오픈 스튜디오에 영상작품 ‘숨(breathing)’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녀의 ‘숨’ 시리즈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뒤꿈치를 든 발을 촬영한 영상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들을 촬영한 영상작품이다. 전자는 뒤꿈치를 들고 버티는 영상이다. 후자는 3개의 모니터에 각각 한 명씩 3명의 인물을 촬영한 영상이다. 그것은 숨을 쉬지 않고 참고 있는 인물을 촬영한 것이다. 당신은 발뒤꿈치를 들고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자기는 얼마 동안 숨을 쉬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정주희의 ‘숨’ 시리즈는 그녀의 ‘읽기 연습’ 시리즈와 문맥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우리가 지나가면서 보았던 그녀의 <읽기 연습 V>와 <읽기 연습 VI>로 한 걸음 더 들어가려면, 그녀의 전작인 ‘읽기 연습’ 시리즈를 모두 조회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녀의 ‘읽기 연습’ 시리즈를 모조리 보면 말린 꽃과 과일 껍질 등을 넣어 만든 방향제 ‘포푸리’를 크게 확대하여 그린 그녀의 ‘포푸리(Potppuri)’ 시리즈나 뉴스를 스크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고독한 군중(Lonely Crowd)’ 시리즈 그리고 지나가면서 보았던 ‘관점(perspective)’ 시리즈 또한 여행 가방에 뒤엉켜 있는 소지품을 그려낸 ‘팩드 에이지(Packed age)’ 시리즈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정주희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이곳에서 간략하게나마 언급해 보고자 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작품들은 담백하지만 밀도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나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나는 정주희의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들은 깊은 상처를 받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시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전율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머시라? 왜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아름다운-끔찍한(Beautiful?awful)’이라고 표현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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