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굽이 대관령 옛길
길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라는 생각으로 대관령 옛길을 찾아 떠나기로 하였다. 가까이에 대관령 옛길이 있었더라면 수차례 걸어보며 길의 멋을 찾았을 것이다.
봄이면 높새바람에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거센 바람이 있는 곳, 여름이면 먹구름 가득 담아 퍼붓는 장맛비가 있는 곳, 가을이면 높고 높은 하늘에 흰 구름 띄워 소식 전하는 곳, 겨울이면 천길만길 눈을 덮어 오가던 길 멈추게 하는 곳, 대관령은 사계절이 있고 사계절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진 고개이면서 산이다. 누구나 한 번쯤 걸어서 넘어 보려고 하는 꿈을 갔게 하는 길이다.
고향을 등지고 대관령 길을 넘을 때 언제 다시 저 푸른 동해에 손을 담을까 하던 젊은 날의 추억은 차곡차곡 낙엽이 되어 대관령 길을 그립도록 한다.
명승 제74호 <대관령 옛길>이 어디서부터 일까 했던 젊은 날의 추억은 대관령 길에 우뚝 세워진 신사임당 사친시비에서 대관령 옛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언제쯤 옛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라는 행동의 시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도토리가 떨어지고 단풍나무에 물들어가는 가을을 선택하여 걷게 되었다. 이른 가을에 피어나는 야생화 향기는 구절초에만 머물지 않고 하얗게 피어난 용담 꽃에도 향기가 피어났다.
신사임당은 친정의 그리움에 율곡은 한양길 가는 길에 아흔아홉 굽잇길을 알았고, 선질꾼이 반정에서 허기를 달랬던 그 길에는 낙엽이 쌓이고 고목이 누워있고, 버섯이 머리를 들고 태양빛을 가린다.
자동차 길이 대관령에 나면서 잊어버리려 했던 옛길이 다시 살아나 가벼운 걸음으로 옛사람들의 애환을 이야기하며 걷게 한다. 잊고 지나칠 뻔했던 숲 속의 야생화와 썩어 부러져 있는 고목과 노거수, 크고 작은 바위와 메말라 있는 샘터, 쉬었다 가던 너럭바위에 떨어져 있는 낙엽, 어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옛길의 보물을 창고에 담아 보았다.
하나씩 주워 <대관령 옛길>에 담아 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옛길의 보물은 어떻게 변해갈까 그런 숙제를 안고 대관령 옛길을 소개하게 되었다. 오늘의 보물은 내일이면 모습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대관령 옛길의 서정은 언제나 제자리에 남는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